불공정거래는 시장 메커니즘을 훼손함은 물론, 경제의 정당한 보상·분배 체계까지 왜곡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적절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 불공정거래로 훼손된 시장 메커니즘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1) 불공정거래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향후 그런 거래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2) 불공정거래 발생한 피해Damage를 구제하여 소비자·기업 등이 원래 분배받았어야 할 ‘정당한 몫’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불공정거래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입은 피해를 구제받기 위한 노력을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보면 우리나라의 불공정거래 피해구제 시스템이 실효적으로 작동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연구에서는 불공정거래 피해구제에 관한 미국의 제도 - (1) 징벌적 손해배상제, (2) 동의의결제, (3) 조정·중재 제도, 그리고 불공정거래 피해 예방을 위한 (4) 사인의 금지청구제 – 를 심층 검토하여 우리 제도와 비교 연구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불공정거래 피해구제 시스템 개선과 관련하여 다음의 방안들을 도출하였다.
첫째,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경우 (1) 제도가 적용되는 불공정행위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는 일부 유형의 불공정행위만 악의적인 행위로 인정되어 징벌적 배상제가 적용될 수 있는데, 그 적용 범위를 보다 확대하는 방안으로, (i) 미국처럼 모든 유형의 불공정행위에 징벌적 배상제가 적용될 수 있도록 법률에 그 가능성은 열어놓되, 실제 그것을 적용할지 여부에 관해서는 법원이 불공정행위의 경위·양태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 또는 그 방안이 어렵다면 (ii) 악의적인 행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불공정행위 유형들을 추가로 발굴하여, 현행법상 징벌적 배상제 적용 범위에 그 유형들부터 하나씩 추가해 나가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아울러, (2) 일단 징벌적 배상제가 적용되는 경우, 그 배상액에 적용되는 배수倍數를 ‘3배’로 고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법들은 배상액의 상한上限만 ‘3배’로 정하고 구체적인 배상액은 그 아래에서 법원이 재량껏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배상액이 손해액의 2배 이하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개선하여 미국처럼 피해자들이 손해액의 ‘3배’를 온전히 배상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충분한 피해구제’란 제도의 장점을 더욱 잘 살리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둘째, 동의의결제의 경우에도 (3) 제도의 적용 범위를 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피훈련자의 실증연구 결과, 기업결합 사건이 제외된 ‘일반 불공정거래 혐의사건’에서 동의의결제는 그 사건이 해결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따라서 그 적용 범위를 확대하여 보다 많은 사건에 이 제도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한다면, 그 사건들이 보다 빨리 해결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피해자 구제도 더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공정거래법상 담합행위, 그리고 하도급법·대규모유통업법·가맹거래법·대리점법 위반행위 전반에 이 제도가 적용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4) 동의의결 절차를 지금보다 간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공정위는 동의의결에 관해 2단계 의사결정 -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할 것인지 여부’, 그 절차가 개시된 경우 ‘동의의결을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결정 – 을 거치는데, 이보다는 미국처럼, 일단 동의의결 신청이 접수되면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할 것인지 여부’에 관해서만 결정(1단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고, 기업들의 동의의결 활용을 촉진시켜 신속한 피해구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셋째, 조정·중재제도에 있어서는 (5)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거래법, 대리점법, 소비자기본법, 약관법에 중재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그 법률들에 조정제도만 규정되어 있는데, 앞으로 이에 중재제도까지 도입하게 되면 기업의 행위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그 피해를 신속히 구제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법적 수단을 하나 더 늘려줄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6) 조정제도와 중재제도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현재는 조정이 결렬되면 당사자 간 분쟁이 공정위의 집행절차, 또는 법원을 통한 소송절차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 사이에 ‘중재’를 거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한국소비자원에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면 피해자들이 신속히 구제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사인의 금지청구제에 있어서도 (7) 제도의 적용 범위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 제도는 공정거래법에만 도입되어 있는데, 이를 하도급법, 가맹거래법, 대리점법, 대규모유통업법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런 법률 위반행위를 대상으로도 그 행위를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하도급업체, 가맹점주, 대리점주, 납품·입점업체 등 해당 법률들의 보호를 받는 중소기업·영세상공인이 불공정거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과제들이 실제 정부의 정책이 되어 국민의 삶을 바꿔나가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할 일도 많고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무엇보다 이 과제들이 실제 입법화되어 시행되는 경우 발생하는 문제나 부작용은 없는지 실무적으로 꼼꼼히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이 연구는 이런 지난至難한 과정의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시작부터 확실한 의지와 방향성을 갖는 것, 그리고 그 정책 과정에서 문제들이 나타날 때마다 그에 중심을 잡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앞서 도출된 정책과제들이 실제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이 연구는 그 자체로 충분히 보람되고 의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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